Wednesday, October 16, 2013

구스 반 산트, Finding Forrester (2000)

'Finding Forrester'(2000)를 다시 봤다. 2000년 미국에 있을 때 친구들과 이 영화를 볼 때 같이 간 친구들이 내게 아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던 것 같다. "너 이 영어 알아 듣겠어?"  Rob Brown이 연기한 자말 월리스란 고등학생과 그 친구들이 쓰는 흑인 슬랭 때문이였는데, 내가 "한 30%정도 알아 듣는 것 같네"라고 대답했더니 "나도 못 알아들이니까 너무 스트레스 받지마"란 조크를 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참 나이스한 친구들이었다. 매주 금요일 밤마다 저녁을 같이 먹었던 그룹이었는데 한국에 온지 12년이 넘은 지금까지 연락하는 친구는 딱 한 명 뿐이다. 그 친구에게 다른 친구들 소식을 전해 듣는다.

구스 반 산트의 대부분의 작품이 그렇듯이 인간에 대한 시각이 참 따뜻하다. 그가 연출한 영화에서 인간은 완벽하지 않고 그 불안전함이 크고 작은 갈등을 만들지만 그 갈등 속에서 인간들은 언제나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딱 한 작품으로 전설이 되어버린 작가 숀 코넬리는 비극적인 가족들의 죽음 후에 50년 간 칩거하며 세상과 등지지만, 50살 넘게 어린 흑인 소년을 만나면서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을 마주할 계기를 만들어 낸다. 작가로서 신화적인 존재인 그가 인간의 용기나 결단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해를 넘어서는 관계가 절실하게 필요했다는 뜻일 것이다.

 
 
위의 클립에서 월리엄 포레스트는 자말 월레스에게 글 쓰는 법에 대해서 조언을 해주는데, 무엇을 쓸가 고민하는 자말에게 타자기 앞에 그냥 쓰기 시작하라고 말한다. 글은 머리로 쓰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쓰는 것이며, 그렇게 쓴 초고를 그 다음 머리로 수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말하는 사람이 숀 코넬리라서 그런지 상당히 근사하다. 주인공인 자말이 정학당하고 장학금도 없어질 위기에서 구해 준 후 자건거를 타고 떠나기 직전 자말에게 "마지막 자유투 두개를 일부러 놓친 것 아니야?"라고 묻는데, 그도 자말의 의도를 미리 잘 알고 있었단 얘기다. '일부러 놓친 그 자유투 두 개'는 자말의 인생이 걸린 것이었고, 그 정도의 힘으로 50살 연상의 친구를 세상 밖으로 잡아 당기면 결국 나오게 된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숀 코넬리가 죽기 직전 남긴 두 번째 책의 원고는 50년만에 내는 두 번째의 책의 서문을 18살이 된 흑인 친구 자말에게 맡겼음을 말해주는데, 그가 남긴 'Sunset'이란 제목의 원고 위로 바람이 불고 'Over the rainbow' 음악이 흐른다.

저런 경험이 있다면 정말 근사하겠구나 싶은 멋있는 장면이 많아서(예컨대 텅빈 양키스 스타디움에서 불을 켜고 둘이 대화하는 장면), 우울할 때 보면 기분이 유쾌해지는 참 멋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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